성문교회 출신 목사님들 8명이

모 교회 목사님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뷔페 예약된 방으로 안내되었고, 한자리에 모두 모였습니다.

목사님께서 일어서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셨습니다.

예전에 위용 있는 탱크 같은 모습에서 이제는 흰머리만 남은 노인이셨습니다.

주일에 중 2층 한쪽에서 본교회 예배를 참석하고는

예배 후 성도들 다 나간 다음에 쪽문으로 조용히 집으로 들어간다.

사모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은퇴한 목사님이 서운해할까 봐 아무 소리도 못 하고 순종하며 살아간다.

저녁에는 시찰내 천재석목사님께서 파킨슨병으로 조기 은퇴를 하게 되어 위로회를 했습니다.

그리고 어제는 가까이 계셨던 목사님 한 분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제가 알았던 그분들은 다른 그 누구보다도 앞서서 많은 일을 했던 분들이었습니다.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었습니다.

오늘 모였던 목사님들.

같은 교회에서 신앙생활 할 때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데

이제는 모두 50이 훌쩍 넘은 중년들이 되어,

사람들에게 나이를 말하지 않아도 벌써 외모에서 여지없이 확인되었습니다.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 앞에 장사는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 모 교회 목사님께서 모임 시작하면서 이런 제안을 하셨습니다.

“식사 중에는 할 수 없이 마스크를 벗지만, 말은 하지 말자.

대화는 식사 다 마치고 마스크 끼고 하자.”

그러나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사람들끼리 그게 가능한가요.

한쪽에서 말을 하면 목사님은 대번 “침묵” 소리치면서 경고하셨습니다.

조금 후에 누가 또 말을 하면 이번에도 역시 큰 소리로 “침묵”

목사님께서 자리에 앉아 계실 때는 조용히 식사만 하다가

목사님께서 음식 가지러 나가시면 다시 왁자지껄.

그러다가 목사님이 들어오시면서 하시는 말 “침묵”

그러면 다시 또 조용히.

그러니 18명이 모여 식사하는 자리에 적막이 흐르고 너무 이상했습니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시간은 쏜 화살처럼 흘러가고

만날 기회는 적어 반가워 많은 대화를 해야 하는데

침묵해야 하는 이 현실이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2020년은 정말 평생 기억에 남는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런 중에도 교회와 가정과 우리를 보호,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이제 그 누구도 예외 없이 흙을 덮고

영원히 침묵할 때가 오겠지요?

남은 날을 계수할 수 있는 지혜를 달라던 모세처럼 기도하면서

모두와 좋은 관계 되어

남은 날들을 잘 달음질하겠다고 다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