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 갯골을 걸으며

지난 시간 고마웠던 사람들을 떠올리면서 축복했었는데

그중 한 사람에게서는 오늘 전화가 왔고

한사람에게서는 홈페이지로 소식을 알려왔습니다.

30년 전 일을 기억했었답니다.

석원태 목사님이 가르치는 설교학시간에

원고를 제출하고

교수님과 학생들 앞에서 7분 설교를 하고 공개적으로 평가를 받았습니다.

제 성적은 항상 C였습니다.

어떤 날은 아무 평가도 안 하시고 그냥 다음 학생 평가로 넘어가기도 했습니다.

교수님 조카가 제 친구라 그 친구를 통해 물어봤더니

평가할 가치가 없는 원고였다고 하더군요.

그러다가 한번은 선배 목사님에게 부탁을 해서 원고를 하나를 받고

수업시간에 설교를 했는데

교수님 하시는 말씀.

이 원고 누가 써줬나?

솔직하게 고백했습니다. 선배님이 써줬습니다.

그랬더니 원고를 바닥에 확 뿌리셨습니다.

그때 그 창피함은 아직도 .....

제게 설교원고를 써준 선배는 연세대학교를 졸업한 석학이었거든요.

교수님이 못알아봤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겠지요.

그렇게 하다가 겨우 목사가 된 후의 일입니다.

교회에서 부목사들이 돌아가면서 철야기도회를 인도하는데

저는 늘 자신이 없었어요.

그래 다른 부목사들에게 대신 인도해달라고 하면 모두 거절했지만

선배목사님은 한 번도 거절하지 않고 대신 인도해 주었습니다.

그때는 정말 고마웠었습니다.

그러던 선배는

교회에서 이스라엘 선교사로 파송되어 11년간 사역하다가 귀국했고

다시 이슬람국가로 출국했었으니 만난 지가 20여 년이 지난 것 같습니다.

예전에 한없이 부족했던 저를 생각하면

교회를 개척하고 지금까지 온 것이 정말 기적처럼 느껴져 감사가 넘친답니다.

내일은 제가 사랑하는 성도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이 나는데"

목사가 많이 부족한데도 지금까지 따라와 준 고마운 성도들을 만나는 날.

기대하면서 이 밤을 보내겠습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