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이 골짜기에 개천을 많이 파라 (왕하 3:16)
나눔
강도사...
- 최경선
- 08.04.15
- 5,072
초등학교 1학년때 교회에서 저희 아버지를 부르기를 전도사님이라고 불렀습니다.
저는 그때 왜 집사님과 할머니 권사님들이 그렇게 아버지를 부르는지
몰랐습니다. 전도사...
전도사가 뭘까? 막연히 이름에서 나오는 의미.... 아 ! 전도하는 사람인가
보다였습니다.
그때 아버진 안양의 한 작은 교회(성산교회)에서 계셨는데 그때 아버지의
모습은 늘 쓰레기를 나르고
연탄재를 나르고 재래식 화장실을 바가지로 엎드려 푸는 모습이었습니다.
주일날 아침에는 침을 튀기며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을 제 또래 주일학교
아이들을 앉혀놓고 소리치는 모습이었습니다.
(훗날 저는 그것이 설교인줄 알았습니다.)
또한 저와 제 동생들을 집에 두고 어머니와 함께 항상 교회에서 주무시던
그런 모습의 아버지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하루는 1월 신정이 지난 한겨울 새벽에 막내(당시 2살)가
심하게 운다는 이유로 주인집 아주머니가 4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저희 3남매를 밖으로 쫓아내셨습니다.
얼마나 눈이 많이 오던지 그땐 새벽기도회가 4시였는데 목사님이 무서워
교회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교회밖에서 벽에 기대어 서있는 리어카 속으로
들어가 눈을 피했습니다. 그러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어머니가 나오셨는데
저희들을 보시고 얼마나 붙들고 우시던지... 이유도 모른채 저와 제동생도
같이 울었습니다.
그렇게 그렇게 아버지가 개척을 하시고 제가 중학교를 가고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에 들어가던 94년부터 조사라는 명칭을 달고 아버지 교회에서
일을 하였습니다. 그땐 조사...일꾼이었습니다.
그러다 군대를 가고 제대후 98년 2월부터 전도사의 직함을 받고 교회일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정말 뭐가 뭔지도 모르고 시작한 전도사
시절이었습니다. 말그대로 전도사가 뭔지 그리고 집사님 권사님이 뭔지도
모르고 그저 열심있는 모습으로만 뛴 시절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열심으로 성도님들과 부딪히고 학생들과 부딪히고 상처주고
상처받고 그런 시간이 어느덧 94년부터 15년이 지났습니다.
저를 아는 여러성도님들을 노회나 총회 그리고 길가에서 마주칠때
아직도 전도사냐고 놀라는 모습을 자주 보았습니다.
저는 그때 솔직히 부끄러웠고 아직도 전도사라는게 속상했습니다.
제 친한 대학친구들은 지금다 목사안수를 받고 부목사님으로 아님 개척을
하여 사역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저는 분명이 믿습니다.
그 속상한 시절이 지나고 보니 하나님이 절 보실때 아직 때가 않되었고
자격이 않된다고 생각하셨기에 오랜 시간 전도사의 시절로 둔것이라
생각됩니다. 물론 지금도 자격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지난 15년을 돌아볼때 오늘의 강도사 인허는 그 누구의 인허보다도
제 마음을 흥분되게 하였고 두려웠고 감사로 울컥이게 하였습니다.
전도사.... 강도사... 이것이 세상처럼 승진이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도 두렵습니다. 승진으로 오해하지 않을지...
지난 세월 다 말할 수 없지만 이처럼 부족한 저를 하나님이 불러주시고
강도사로 허락케 하심을 너무나도 감사드립니다.
이 은혜 말로 다할 수 없음을 고백합니다.
이 좋은 4월에 하나님은 부모님과 영적 스승인 담임 목사님과
그리고 아름다운 성도님들을 보내 주셨습니다.
저는 시흥성문교회가 자랑스럽고 너무 좋습니다. 성도님들이 좋고
우리 시흥성문의 전도사님들이 좋고 목사님과 사모님이 좋습니다.
목사님의 배려와 사랑이 얼마나 크고 또 그 배려가 결코
쉬운것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인허식 사진 촬영 후 노회장 목사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목사 안수식도 아니고 강도사 인허식에 이리 많은 성도님들이 오신건
처음이네 대단하네"
그 말은 우리 시흥성문의 성도님들과 교회를 이끄는 목사님께 하시는
말이라 생각됩니다.
아무쪼록 오늘 오시고 또 못오셨어도 성원해 주신 모든 성도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제 아내와 아들...
그리고 늘 네가 전도사야? 라고 책망과 교훈으로 길을 인도하시던 아버지
어리고 철없던 제가 강도사가 되었다는 말에 우시던 어머님(아프셔서
참석을 못하셨습니다)을 뵈면서 아직도 철이 없는 저 자신을 생각할때
가족과 담임목사님 그리고 하나님께 죄송할 따름입니다.
강도사(講道師)...
헌법에서의 의미는 노회가 공식적인 예배에서 설교할 수 있는 강도권을
부여한 사람이라고 되어 있고 오늘 면접에서 부총회장 목사님이
알려주신 것입니다. 그러나
두렵습니다. 공식적이라는 말에... 그리고 노회가 그 권한을 부여 했다는
말에... 그러나 더욱 더 두려운 말은 하나님의 말씀을 강도해야 한다는
말에... 두렵고 떨립니다. 주님의 음성을 더 들어야 하며 무릎으로 주님
앞에 더 나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연약하고 부족한 저를 위해 더욱 기도해 주십시오.
앞으로 강도사로 3년간을 더 가야할 것 같습니다.(우리 교단은
타교단과 달리 총회법에 강도사인허후 3년차에 목사고시 시험 자격이
주어집니다)
앞으로 3년간 더 열심히 더 겸손히 더 바르게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